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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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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p. 2019. 10. 2. 00:10


주말에 시드리스 그레이프를 먹다가 앞니가 부러졌다. 씨가 있는 포도를 먹다가 부러져도 억울할 텐데, 씨가 없는 포도를 먹다가 부러지니 황망하기 그지없다. 치과를 오가며 앙상해진 이에 기둥을 심고 그에 의지한 지르코니아를 붙이고 사는 건, 바람 부는 아슬아슬 높은 곳에 매달린 밧줄 위에 좌우의 길이와 무게와 굵기가 다른 긴 막대기를 쥐고 걷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망상에 불현듯 슬프다는 생각에 침윤되었다. 그다지 방탕하게 살아온 삶은 아닌데, 굳건하다고 여기던 방어기제가 사라져 되돌릴만한 계기, 의지, 무엇도 없이 이대로 그냥 삐걱거리며 살아도 살만한 그럭저럭 막살고 있는 인생일 뿐인데, 점점 다가오는 시간의 폭력성에 무방비하게 무기력하게 노출되어 소산하는 것이 참혹하지만, 선택하고 감내해야 하는 주체는 오롯이 나이며 남겨진 나만의 덧없는 몫이다. 언젠가 다시 부러지고, 빠지고, 삭을 것이다. 혹은 다른 지병이 생길 거고 더 크리티컬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난 다시 소요에 빠져 있을 것이기에 감정의 교차비교를 위하여 마음을 새긴다. 이 빠진 나의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는데 남의 속도 모르고 존나게 웃어대는 걸 보면 삶은 주관적 비극이자 객관적 희극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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