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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 diary

의식의 흐름.

nbp. 2018. 12. 22. 04:29


바쁘다. 산패되어 버릴 즈음,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 여기저기 들쑤신 결과, 체력을 속이고 잠자는 시간을 줄이며, 근원을 이루는 기억을 덮고 싶었다. 찍고, 편집하고, 피드백하고, 받고, 편집하고, 편집하고 편집을 한다. 책을 못 읽고 영화를 볼 시간이 없으며, 신맵이 뜬 배그를 할 여유가 없고 카페를 가지도 못한다. 눈과 정신은 작업물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틈을 메워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이명 같은 적막은 넌더리 나는 공해 같기에 쌓아 놓은 팟캐스트를 다 듣고 넷플릭스를 라디오 삼아 감각을 포위시킨다. 어떤 시림도 침입하지 못하게. 그렇게 비틀려가면서 아웃풋을 뽑지만, 어느 정도 힘을 빼고, 약간 성의를 덜어내 넘겨도 무방하지만, 작업자의 양심과 결부되어 스스로를 포기하는 느낌이 싫어. 사실 욕심 없고 번민한 생의 한 가운데에서 딱 감당할 수만 있을 만큼의 바지런하고 싶었는데 버거운 와중에도 틈은 늘 벌어지기 마련이다. 무언가 선명하게 기다리는 것은 없지만 뿌연 마음의 태도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 이런저런 사정과 상황이 주는 덧없는 번민과 시의성 없는 조바심과 대상 없는 서운함에 매몰된 슬픔을 틀어막기 위한 퍼포먼스의 결과는 단지 더 바쁘고 더욱더 슬프기만 한 걸까. 대체가 없고, 꼭 필요하다고 해도 난 다 하기 싫어. 그냥 찌질하게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냥 그렇게 굳고 굳어서 발견되지 못할 화석이 되고 싶다. 그러나 여지와 과실의 오해와 착각은 혼자 부리고 삼킬 온전한 내 몫이니 한 사람에게만 쓰임을 받기를, 나를 써주길 원하는 이율배반적 무기력을 어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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