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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 diary

이럴 때.

nbp. 2008. 3. 24. 20:39

지난 몇달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끽연을 하는 꿈을 꾼다.

'아. 이제는 다 망쳤구나.'


라는 비웃음 섞인 스스로에 대한 독백으로 잠에서 깨면 떠오르는
무서운 허무함은
내 몸이 아닌 영혼에 각인된 중독의 잔혹성이 남긴 그을림.
담배를 끊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고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아직도 피는 사람이 정도는 더 독한 사람이더라.
물론 나는 언제든지 담배를 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끊은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지속적으로 안 피고 있는 중이다.
몸에서 옷에서 차에서 냄새가 안 나니 좋고
조엘 호부숑의 음식을 100% 즐겼던 기억이 좋았고
테이블에 놓인 재털이를 치워 달라는 댄디한 오더를 내리는 것도 좋고
와인들의 냄새와 맛을 느낄 여력이 더욱 늘어난 것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인생의 주사위를 던져야 하는 순간.

딱 이 시점에서 한 개피만 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한참 하드스모커였던 시절
나랑 연애해줬던 사람들에 대해 무한 감사를 전한다.
어떻게 그 맵고 불쾌한 냄새와 연기 속의 나랑 놀아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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