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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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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p. 2018. 11. 15. 06:44


중간과정은 모두 스킵하고, 우리는 우리를 우리라고 말하고 부르고 불리는 것에 대한 어색한 느낌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시점. 옛날 스타일의 따뜻한 집 안의 벽에 등을 기대고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함께 한다는 건 노력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당신은 주저 말고 늘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나누고, 이해하고, 미련한 사인 하나 허투루 넘기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자는 모든 것의 함축적 의미를 한 마디의 문장으로 표현했으리라. 새벽 3시에 우리는 책을 읽고, 바느질을 하고, 손을 잡고 편의점에 다녀와 야식을 먹고, 목욕을 하고, 아침이 밝아올 때 괜찮냐고 물었다. 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밝고 맑게 웃어주었다. 정작 예전과 같이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하고 어떤 것도 주지 못했건만 야속하게 노을은 지었고 노랗고, 붉은 하늘을 우리는 계속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것도 못 했다. 단지 우연히 파장이 동조되어 잠든 머리맡에 잠깐 왔다가 잠꼬대랑 나눈 뭉뭉한 대화는 근황, 당부, 어떤 것도 주고받지 못했다. 기별의 흔적만 애타게 찾고 그리는 내내 정말로 현실과의 하루 정도의 단절이 일어나 미망에 빠져든 것은 아니었겠느냐는 합리적인 의심때문에 마음 안에 열 근 정도의 공허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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